[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제는 무조건 잘 치는 포수들이 판을 지배할 것이다.“

개막 후 1달이 되가는 2024 시즌 KBO리그를 지켜본 야구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런 와중에 롯데 자이언츠 '80억원 포수' 유강남이 충격의 2군행을 통보받았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일까.

올시즌 프로야구는 격변을 맞이했다. ABS, 로봇심판이 전격 도입됐다. 프로야구 출범 후 그동안 크고 작은 제도 변화가 많았지만, ABS만큼 판도를 뒤흔들 것은 전무했다.

인간 심판의 판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전제 하에, 기계가 정해진 스트라이크존 안에만 들어오면 스트라이크 콜을 한다.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포수의 프레이밍이 의미가 없어졌다. 프레이밍은 포수가 스트라이크, 볼 애매한 코스로 공이 들어올 때 존 안으로 교묘하게 미트질을 해 심판의 콜을 이끌어내는 기술이었다. 불법(?)은 아니고, 포수의 능력치 중 하나로 평가됐다.

유강남은 프레이밍에 있어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일발 장타력도 있었다. 투수 리드, 블로킹 등 수비에서는 특급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주전 포수가 급했던 롯데는 2023 시즌을 앞두고 유강남에게 4년 80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겨 FA 계약을 체결해줬다.

지난 시즌 타율 2할6푼1리 10홈런 55타점으로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그래도 건강하고, 꾸준히 경기를 뛴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방망이를 너무 못쳤다. 17경기 타율 1할2푼2리 2타점. 홈런은 없다. 1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팀이 연패에 빠진 가운데 만루 찬스에서 3B 생각 없는 타격을 했다 더그아웃에서 김태형 감독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부터 암울한 기운이 감지됐는데, 결국 15일 2군행이 결정됐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아무리 타격을 부진해도, 80억원을 투자한 포수를 꼴찌로 추락한 위기 상황서 쉽게 뺄 수 있을까. 만약 ABS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유강남을 쉽게 2군에 보내지 못해을 것이다. 수비에서라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포수는 방망이보다 수비가 우선인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명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이 이렇게 과감한 결단을 내린 건, 팀 분위기 전환 차원도 있겠지만 유강남이 수비에서도 큰 활용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ABS 시대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프레이밍이 전혀 필요 없다. 순간적인 수 싸움의 중요성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심판마다 존이 달라 그걸 파악한 포수가 투수에게 공 1~2개 빠지는 리드를 영리하게 하거나, 타자 컨디션에 따라 순간순간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포수의 경험이 매우 중요해진다.

하지만 ABS 시대에는 심판, 존과의 '밀당'이 무의미하다. 정해진 '네모' 안에 공을 넣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싸움이다. 포수도 그 안에 들어오는 공 잘 잡아주고, 블로킹 잘하고, 2루 송구에서 허점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 타자에 따른 전략, 리드법도 경기 전 대부분 숙지하고 나오는 현대 야구 시스템이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고교 시절까지 포수를 했던 '강백호 선발 포수'라는 충격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단순 팬서비스가 아니라, 시즌 중 포지션 중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꺼낸 획기적 카드다. 강백호가 어깨가 좋아 2루 송구에 큰 약점이 없으니, 포수 포지션으로 타석에 들어가고 지명타자 자리에 다른 강타자가 들어가면 KT 타력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기획이었다.

ABS가 심판 조작 파문으로 시끄럽지만, 당장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제 KBO리그가 포수라는 포지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강남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공격형 포수'들의 주가가 껑충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