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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주장까지 했던 카리스마. 방향 잃은 힘은 결국 팀에게 심각한 독이 됐다.

두산 베어스는 최근 전 소속 선수였던 오재원(39)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을 받아준 사실과 관련해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8명이 오재원 대리 처방과 관련있다고 나왔고, 곧바로 KBO 클린 베이스볼 센터에 자진 신고했다.

오재원은 지난 17일 마약류 관리 위반(향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 협박),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2023년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또한 지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지인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멱살을 잡는 등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KBO리그는 발칵 뒤집어졌다. 조사 과정에서 후배 야구선수를 수면제 대리 처방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재원의 전 소속팀 두산을 비롯한 KBO 구단들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결국 두산 구단에서 폭탄이 터졌다. 두산 구단은 “해당 건을 인지한 뒤 곧바로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8명의 선수가 '대리 처방을 해준 경험이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자진신고한 선수 중 한 명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오재원은) 팀에서 입지가 넓은 선배님이다. 코치님들도 함부로 못 하는 선수“라며 “밈보였다가 내 선수 생활에 타격이 올까 봐 걱정했다. 처음에는 거절하니 따로 불려 나가 정강이를 두세 번 맞았다. 빰을 툭툭 치면서 '잘하자'는 이야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선수는 “이 사실을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괜히 말하다가 (오재원) 귀에 잘못 들어가면 피해는 나만 보니 굳이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재원의 협박과 회유는 치밀했다. '대리 처방'을 해준 선수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다. 선수들은 “나는 나만 이렇게 해주고 있는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오재원은 1군 주전급 선수가 아닌 퓨처스리그 선수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스로 팀은 하나로 묶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를 받았던 그였다. 1군에서 주장을 역임하며 우승까지 이끌었던 오재원의 부탁은 미래가 불투명한 2군 선수들에게는 거절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두산 구단은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O도 이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록 강압에 의해 이뤄졌다고 하지만, 대리 처방은 범죄로 들어간다. 작은 징계라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KBO는 일단 구산 구단의 조사와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징계 및 대응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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