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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07:05:00]
![](https://sports.chosun.com/news/html/2024/05/22/2024052301001456500200961.jpg)
[이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죄송하다는 말을 100번 넘게 하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개인 사업자다.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면 선수 본인이 부와 명예를 쌓지 못하니 괴롭다.
100억원이 넘는 FA 계약을 맺은 선수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는 게 맞겠지만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선수가 자신의 야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결단을 내리고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니 안타깝게 보인다.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은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로 뛰어보기로 결심했다. 2021년 1차지명을 받은 대형 유망주. 155km를 넘는 강속구를 뿌리니 키움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팀들도 군침을 흘렸다. 그를 한국에 잔류시키기 위한 당근은 계약금이었다. 9억원. 전 KIA 타이거즈 한기주의 10억원에 이은 역대 2위 계약금이었다. 그만큼 키움이 기대가 컸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장재영과 키움 구단, 그리고 팬들에게 지난 3년은 악몽이었다. 155km 강속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빠른 공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야 위력이 있는 것이었다. 제구 난조 고질을 고치지 못했다. 장재영은 “투수로서 단점이 너무 만히 보였다. 정말 힘들었다. 연습을 많이 하는데도 야구장에 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게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며 감정에 복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타자 전업 선택을 마치고, 앞으로의 각오를 묻자 “일단 먼저 투수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100번 넘게 하고 싶은만큼 죄송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 야수로서 보답하려 많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야구 못 하는 선수가 수두룩 한데, 뭐가 그리 죄송할까. 9억원이라는 계약금이 어린 선수에게 압박은 아니었을까. 장재영은 프로 데뷔 후 계속해서 '9억팔'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 장재영은 이에 대해 “그렇게 얘기해주시는 게 다 나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했다. 감사하게 생각했다. 대신 보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마음이 조급합으로 연결이 된 것 같다. 내가 성숙하게 헤쳐나갔더라면 잘 했을 것 같은데, 막무가내로만 잘하려 하니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나도 잘 하고 싶었고, 팬들도 내가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말씀들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말은 아니라고 해도, 본인에게 아픔인 듯 보였다.
키움은 155km 강속구 투수 장재영에게 큰 돈을 안긴 것이기에, 장재영의 타자 전업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어린 선수가 일생일대 결정을 어렵게 내렸으니, 당장은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장재영도 '9억팔'의 안좋은 기억은 이제 날려버리고, 1군에 올라가고픈 수많은 선수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를 악 물어야 할 때다. 투수를 하면서 느꼈을 거지만, 프로 세계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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