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했던 한국의 VNL 연패가 드디어 끝났다.

한국이 한국 시간 20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마라카나지뉴에서 치러진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부 1주차 경기에서 태국에 세트스코어 3-1(25-19, 23-25, 25-15, 25-18) 승리를 거뒀다. 직전 경기까지 무려 VNL에서만 30연패를 당하고 있던 한국은 마침내 VNL에서 승리를 신고했다. 2021년 6월 경기였던 캐나다전 이후 3년여 만에 거둔 소중한 승리다. 이날 한국은 공수 양면에서의 안정감과 완성도가 태국보다 높았다. 그야말로 실력으로 쟁취한 승리였다.

한국은 이주아‧김다인‧정지윤‧이다현‧박정아‧강소휘가 선발로 나섰고, 리베로 유니폼은 한다혜가 입었다. 이다현의 이번 대회 첫 선발 출전이었다. 이에 맞서는 태국은 나타니차 자이샌‧찻추온 목스리‧탓다오 누엑장‧타나차 쑥솟‧위파위 시통‧하타야 밤렁숙이 선발 출전했다. 리베로로는 피야눗 파노이가 먼저 나섰다.

한국의 1세트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타나차의 오른쪽 공격을 잘 방어한 뒤 강소휘를 앞세워 반격하며 근소한 리드를 잡았고, 5-3에서는 위파위의 공격을 이주아가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3점 차로 치고 나갔다. 뒤처진 태국은 6-9에서 찻추온이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거센 추격을 이끌었지만, 한국은 박정아의 백어택과 탓다오의 공격 범실로 다시 격차를 벌렸다.

세트 중반부에도 이주아의 좋은 활약이 이어지며 한국이 10점대 중후반 구간에서 2~3점의 리드를 꾸준히 유지하자, 나타폰 스리사무트낙 감독은 타나차를 빼고 핌피차야 코크람을 투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흔들리지 않고 강소휘의 반격으로 20점에 선착했고, 나타니차의 세트 범실과 박정아의 연속 반격까지 묶어 23-17까지 달아났다. 이후 24-19에서 정지윤의 파이프가 터지며 한국은 이번 VNL에서의 첫 세트 승을 챙겼다. 

2세트는 한국이 준수한 수비-연결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결정력을 보이며 주춤한 사이 태국이 반격의 정교함과 속도를 살리며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5-6에서 탓다오의 속공을 이다현이 단독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한국이 태국의 리드를 지웠다. 이다현은 7-7에서 찻추온의 코트 안쪽으로 들어오는 공격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역전까지 견인했다. 이후 한국은 태국의 결정력이 떨어진 틈을 타 14-12에서 정지윤의 강력한 반격으로 3점 차 리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태국은 곧바로 위파위의 시간차와 사시파프론 잔타위숫의 반격, 돈폰 신포의 블로킹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길어진 랠리에서 박정아의 후위 공격자 반칙이 나오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은 작전 시간으로 흐름을 끊었지만 위파위의 연속 서브와 탄탄한 수비는 끝날 줄을 몰랐고 태국의 리드 폭은 20-15 5점 차까지 커졌다. 태국은 세트 막바지에 이어진 한국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리고 2세트를 따냈다. 24-23에서 찻추온이 득점을 올리며 급한 불을 껐다.

3세트는 다시 한국이 초반 흐름을 잡았다. 2-1에서 정지윤의 다이렉트 공격과 사시파프론의 공격 범실이 이어지며 3점 차로 앞서갔다. 4-3에서는 정지윤이 블로킹과 서브로 연속 득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나타폰 감독은 5-8에서 빠르게 작전 시간을 요청했지만, 작전 시간 이후 강소휘의 반격과 사시파프론의 공격 범실이 겹치며 오히려 점수 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한국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11-6에서 하타야의 속공 범실이 나왔고, 13-7에서는 강소휘의 날렵한 디그가 정지윤의 반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찻추온의 파이프마저 범실이 되면서 한국은 15-7까지 치고 나갔다.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한국은 이주아의 연속 공격 득점까지 터지면서 무려 10점 차까지 격차를 벌렸고, 다양한 공격 옵션들이 정상 가동되며 계속 주도권을 지켰다. 한국은 24-16에서 이주아의 마무리 득점이 터지며 시종일관 유리했던 3세트를 따냈다.

벼랑 끝에 몰린 태국이 4세트 초반 힘을 냈다. 찻추온이 서브 득점과 백어택으로 연속 득점을 올렸고, 자라스폰 분다삭의 블로킹까지 더해지며 4-0으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수비와 유효 블록이 살아난 한국은 4-6에서 이주아의 블로킹과 강소휘의 반격으로 빠르게 동점을 만들었고, 여기에 하타야의 공격 범실까지 더해지며 역전까지 성공했다. 이후 한국은 박정아와 정지윤의 활약으로 근소한 리드를 지켰고, 12-10에서 이다현의 반격 속공까지 터지며 다시 한 번 분위기를 장악했다.

세트 중반 이주아가 또 한 번 결정적인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17-12를 만든 한국은 길었던 연패의 사슬을 끊기 위해 끝까지 힘을 냈다. 19-14에서 정지윤이 강력한 대각 공격으로 20점 선착을 이끌었고, 21-14에서 강소휘의 서브 득점까지 터지며 조금씩 승리가 다가왔다. 한국은 24-18에서 박정아가 경기를 끝내는 한 방을 터뜨리며 극적인 승리를 완성했다.

사진_Volleyball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