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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류현진 올 땐 마냥 행복했는데, 이게 독이 될 줄이야.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이 불명예 퇴진을 하고 말았다.

한화는 27일 최 감독, 그리고 박찬혁 대표이사 사퇴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두 사람은 1등에서 10등까지 떨어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나게 됐다.

시즌 전만 해도 장밋빛이었다. 감독대행, 2군 감독으로 지도자 수업을 철저히 받은 최 감독이 지난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농익은 팀 운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 초반 수베로 감독 경질 이후 바통을 물려받았는데,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시즌 중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보이는 등 나쁘지 않은 정식 감독 첫 시즌을 보냈었다.

여기에 구단도 화끈한 지원 사격을 했다. 지난해 90억원 FA 채은성에 이어, 72억원을 들여 안치홍을 데려와 타선을 보강했다. 화룡점정은 류현진이었다. 8년 170억원의 파격 조건에 당장 메이저리그 3선발급이라는,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가 왔으니 그야말로 한화는 축제 분위기였다.

최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 합류 소식이 들리자마자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류현진이 개막전부터 뛸 거라며 흥을 돋웠고, 한화 팀 분위기도 살아난 게 사실이었다. 일각에서는 류현진 합류로 가을야구는 보장이요, 우승도 도전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LG 트윈스와의 개막전 부진하며 패전투수가 됐을 때만 해도 “괴물도 긴장할 수 있다“며 문제 없을 거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시즌 3번째 등판인 4월5일 키움 히어로즈전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류현진은 4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하다 5회에만 9실점하며 무너졌다. 이 경기 이후로 “예전의 류현진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야구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1경기 선발 등판, 3승4패 평균자책점 4.50. 류현진이 젊었을 때만큼의 압도적 피칭을 보여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분명 한화를 당혹스럽게 만든 결과임은 틀림 없다. 류현진도 최선을 다했기에,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만 류현진을 믿고 기대하던 선수단과 프런트는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화는 류현진 복귀를 위해 공격적 투자를 했다. 그룹의 지원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 그런데 위에서 “아니, 류현진도 영입해줬는데 왜 성적이 이 모양인가“라고 하면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다. 야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결과로만 보면 충분히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다. 최 감독 입지에 매우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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