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KT 위즈에 생각지도 못한 악재가 발생했다. 두산 베어스가 손쉽게 7연승 기록을 챙길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산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12대4 완승을 거뒀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파죽의 7연승을 달리며 상위권 추격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1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도 얼마 나지 않는다. 대단한 반전이다.

반대로 5연승을 달리며 살아나던 KT는 두산을 만나 2연패를 하며 상승세가 주춤하게 됐다.

KT에는 너무 허무한 경기였다. 이날 선발 매치업은 두산 최준호, KT 벤자민이었다. 신예 최준호가 씩씩하게 공을 던지며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벤자민이 최근 개인 4연승을 달리는 등 엄청난 기세였기에 KT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진 경기였다.

1회초 KT가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다. 약 6년 만에 외국인 타자 로하스를 1번에 배치하는 등 공격적 선택을 한 KT 이강철 감독. 작전이 성공하는 듯 했다. 로하스는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됐지만, 로하스 전진 배치 덕에 2번-3번으로 나선 강백호와 문상철이 최준호를 상대로 연속 타자 홈런을 때려냈기 때문.

벤자민이 1회말 2사 1, 3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강타자 양의지를 병살로 처리할 때만 해도 KT가 주도권을 잡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2회말 터지고 말았다. 벤자민의 구위와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린 것. 선두 양석환에게 볼넷, 김재환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리고 라모스를 상대로 볼 2개를 던진 뒤, 트레이너 체크를 급하게 받았다. 이강철 감독까지 마운드에 올라 벤자민의 상태를 살피고, 결국 교체를 결정했다.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긴 시즌, 선수 보호 차원에서 무리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어떤 투수도 몸을 풀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손동현이 급하게 나왔지만, 제구가 잡힐 리 없었다. 계속해서 볼만 던졌다. 볼넷만 3개를 주고 허경민과 강승호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그 사이 급하게 몸을 푼 주권이 올라와 양의지와 양석환을 막아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통한의 5실점.

연승 중인 두산의 기세는 완전히 살아나고, KT쪽은 경기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3회 라모스의 1타점 2루타와 김대한의 희생플라이 타점으로 더 도망갔다.

두산은 5회 베테랑 김재호의 1타점 추가 적시타와 7회 허경민의 밀어내기 사구, 양의지의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KT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KT는 6회부터 주전 선수들을 빼주며 더블헤더 2차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고, 두산 역시 점수차가 벌어지자 백업 선수들을 투입해 체력 세이브에 나섰다. KT는 8회초 바뀐 투수 이영하의 난조로 2점을 더하는 데 그쳤다. 두산도 방심하지 않고 8회말 윤준호의 1타점으로 더블헤더 2차전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산 선발 최준호는 1회 홈런 2방에 얼떨떨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상대 선발 강판과 득점 지원 덕에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6이닝 2실점. 1회 빼고 훌륭한 투구를 했다. 감격의 프로 데뷔 첫 승, 그리고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팔꿈치 문제로 재활만 힘쓰다 올해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