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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솔직히 좌절감을 느꼈다. 내가 지금보단 더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위기의 남자'가 벼랑 끝에서 일어섰다. 5월 팀타율 1위, 팀 OPS 1위의 불방망이를 사뿐히 잠재웠다.

LG 트윈스 디트릭 엔스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⅓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시즌 4승(1패)째를 올렸다. 소속팀의 3연승 질주를 이끄는 한편, 롯데의 5연승을 저지했다.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 8.36으로 흔들렸던 엔스로선 모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하루였다. 경기 후 만난 엔스는 밝은 미소로 취재진을 대했다.

“기분이 굉장히 좋다. 우리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런 하루다.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첫 번째 경기인데, 오늘 경기를 잡음으로써 기선 제압을 할 수 있었다. KBO리그는 타자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 또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항상 공격한다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던져야한다.“

엔스는 부진 탈출에 대해 “경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투수의 기본기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다. 유리한 볼카운트와 빠른 승부, 타자들의 약한 타구를 이끌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오늘 마운드에서 잘 실행된 것 같다“고 했다.

염경엽 LG 감독의 지시대로 팔 각도를 올리고, 커브를 줄이고, 컷패스트볼의 비중을 높였다. 엔스는 “공을 위에서 아래로 찍어 던지는 느낌으로 던지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몸은 건강하다. 하루하루 코치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전하는 나를 느낀다. 방향성을 정확하게 지시해주기 때문“이라며 팀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7회 등판에 대해서는 “코치진의 결정인데, 나도 원하는 바였다. 느낌이 좋았고, 6회까지 투구수는 90개였다“면서 웃었다. 아쉽게도 롯데 오선진과의 11구 끝에 볼넷을 내주면서 투구수 105구를 기록, 마운드를 내려오게 됐다.

“솔직히 좌절감을 느낀 건 사실이다. 지금보단 훨씬 더 잘할 줄 알았다. 앞으로라도 잘해보겠다. 타자의 성향에 맞춰 볼을 잘 배합하고, 포수 사인대로 잘 던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내 공을 던지는게 가장 중요하다.“

팀동료 케이시 켈리는 한국무대에서만 6년째 뛰며 통산 67승을 거둔 장수외인이다. KBO리그는 물론 엔스보다 2살 많은 인생 선배이기도 하다. 켈리가 건넨 “시즌은 길다. 당연히 업앤다운이 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는 조언은 엔스의 부진 탈출에 큰 도움이 됐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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