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준우승으로 ‘라스트 댄스’를 마친 몬자가 대규모 리빌딩에 돌입한다. 이우진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4월 29일, 2023-2024 이탈리안 슈퍼리가의 챔피언이 결정됐다. 주인공은 서 세이프티 수사 빔 페루자였다. 민트 베로 발리 몬자를 세트스코어 3-1(19-25, 25-23, 27-25, 25-20)로 꺾고 시리즈 전적 3-1을 만들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팀은 페루자였지만, 준우승 팀 몬자에게도 많은 응원이 쏟아졌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무리했던 몬자는 정규리그 1위 팀 이타스 트렌티노를 상대로 준결승에서 리버스 스윕 승을 거두며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돌풍의 언더독이 과연 전통의 강팀 페루자까지 잡아내고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모였지만, 결과는 아쉬운 준우승이었다.

몬자의 준우승이 더 아쉬움으로 남은 이유는 그들의 돌풍이 이른바 ‘라스트 댄스’였기 때문이다. 다수의 주축 선수들이 이미 시즌 종료 후 이적이 결정된 상태였다. 그 중 한 명은 국내 배구 팬들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린 일본의 슈퍼스타 타카하시 란이다. 명실상부 몬자의 에이스였던 란은 자국 리그인 일본 V.리그 산토리 선버즈로 팀을 옮기게 됐다.

몬자를 떠나는 것은 란뿐만이 아니다. 란과 함께 몬자의 날개 화력을 책임졌던 스테픈 티모시 마르(캐나다)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주전 미들블로커이기도 한 지안루카 갈라시는 나란히 가스 세일즈 블루 에너지 피아첸자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세 명의 선수는 몬자의 붙박이 주전이었던 만큼, 몬자는 다가오는 다음 시즌을 맞아 대규모 리빌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시즌이 시작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진 않았지만, 이미 몬자의 변화는 진행 중이다. 우선 날개와 중앙에 생긴 공백을 메워줄 젊은 선수들을 수혈했다. 갈라시의 빈자리에는 그의 국가대표팀 후배이기도 한 베로나의 영건 레안드로 모스카를 영입했다. 2000년생의 젊은 나이와 209cm의 다부진 피지컬을 갖춘 모스카는 새 출발에 나서는 몬자의 중앙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날개에도 영건이 수혈됐다. 다만 외부 영입은 아니다. 프랑스 리그 A 챔피언십의 몽펠리에로 한 시즌 임대를 갔던 2003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루카 마르틸라(핀란드)가 팀에 복귀한다. 몽펠리에에서 리그 6위‧컵대회 준우승을 경험하고 온 마르틸라는 란과 마르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회를 노린다.

외부 영입이 아닌 방식으로 팀에 합류하는 날개 영건은 한 명 더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이우진이다. 지난 시즌 도중 정식 선수로 전환해 계약을 맺은 이우진은 다가오는 2024-25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2005년생의 유망주 이우진은 두 살 형 마르틸라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이우진으로서는 란-마르와 경쟁하는 것보다는 훨씬 해볼 만한 상황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진행되는 리빌딩의 물결 속에서 안정감을 불어넣어줄 베테랑의 영입도 이뤄졌다. 그것도 거물급 베테랑이다. 바로 지난 시즌 베로나에서 뛴 아웃사이드 히터 오스마니 후안토레나(이탈리아)다. 1985년생의 후안토레나는 이탈리아에서만 12시즌을 소화했으며, 리그 MVP 2회‧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MVP 3회‧클럽월드챔피언쉽 MVP 4회를 수상한 백전노장이다. 이제는 풀 시즌을 소화하기 쉽지 않은 나이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가르침을 주면서 팀의 리빌딩을 도울 능력은 여전히 충분한 선수다.

영건들의 수혈과 밸런스를 맞춰줄 백전노장의 영입까지, 몬자의 리빌딩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그 속에서 이우진에게는 기회가 올 수 있다. 과연 이우진이 ‘준비된 자’가 되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_legavolley.it, 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몬자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