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원하는 대답을 하더라고요.“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하재훈(34)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은 하재훈에게 “내가 오늘 왜 5번에 넣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재훈에게는 전날(22일) 경기는 악몽과 같았다.

시작은 좋았다. 우익수 겸 8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하재훈은 첫 두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 등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문제는 8회말 두산 공격. 1-1로 맞선 1사 1루 상황. 1루 주자였던 조수행이 2루를 훔쳤다. 투수 노경은은 후속타자 정수빈에게 우익수 방면 뜬공을 이끌어냈다. 평범한 뜬공. 그러나 공은 하재훈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튕겨 나왔다.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않은 장면이 나왔고, 결국 발빠른 주자 조수행은 홈을 밟았다.

균형이 무너지면서 경기는 두산 쪽으로 기울었다. 3루까지 밟은 정수빈은 이후 강승호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결국 SSG는 1대3으로 경기를 내줬다.

이 감독은 질책보다는 기회를 주기로 택했다. 하재훈은 23일 두산전에 5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감독은 “'내가 너를 왜 5번에 넣었을까'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하재훈의 답은 “만회할 기회를 주기 위해 5번에 넣은 거 같다“였다.

이 감독은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다. 그런 실책은 1년에 한 번 나오면 그걸로 됐다. 더 집중하고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 복수하고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5번에 넣었으니 인지를 하고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선수가 인지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성숙하고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훈이가 부담을 안 갖고 자기 플레이를 하면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SSG는 전날 6회초 공격 때 타석에서 손등 부분에 공을 맞은 한유섬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 감독은 “아직 통증이 있어서 일단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후반에는 대타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SSG는 최지훈(중견수)-박성한(유격수)-최정(3루수)-기예르모 에레디아(좌익수)-하재훈(우익수)-이지영(포수)-강진성(지명타자)-고명준(1루수)-최준우(2루수) 순으로 선발 타선을 짰다.

이 감독은 엔트리에서 제외된 내야수 전의산에 대해 “오늘 훈련까지만 하고 2군에 합류한다. 열심히 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기회를 많이 주지 못했지만, 나갈 때마다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연습을 많이 하고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이제 (강)진성이가 그 공백을 채웠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