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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사 만루. 경기 초반의 절대적 위기. 전혀 풀지 않은 몸. 투수가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정도일까.

26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6이닝 이상을 기대했던 외국인 에이스 찰리 반즈가 갑작스런 허벅지 통증으로 자진 강판했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건 데뷔 7년차, 롯데 이적 4년째를 맞은 25세 최이준이었다. 최건에서 최이준으로 개명한지도 올해로 2년째다.

최이준은 등판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에 대해 “몸은 아예 안 풀고 올라갔다“라고 돌아봤다.

“오늘 불펜 대기조였으니까, 시합 전에 스트레칭을 한 정도였다. 반즈가 그때 빠질 거란 예상을 전혀 못했으니까. 등판 준비는 하나도 안된 상태였다. 타자가 누군지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유)강남이 형 사인대로만 던졌다.“

그렇게 올라갔는데 1-1로 맞선 2회초 2사만루였다. 최이준은 데이비드 맥키넌을 내야 땅볼로 처리,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그는 “전에 삼성전에서 이재현한테 맞은 경험이 있다. 이번엔 막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아무생각 없이 던졌더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위기를 넘긴 롯데는 3회말 2점을 따내며 승부를 뒤집었고, 5회 이후 원태인과 삼성 불펜을 몰아치며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최이준은 “정말 뿌듯하다. 오늘까진 이 기분을 즐기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최이준의 피칭도 길지 않았다. 4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중지 손톱에 문제가 생겨 교체됐다.

“미세하게 살짝 손톱이 들렸는데, 참고 던지려고 했다. 그런데 '타자를 잡아야한다'하고 힘주어 던지려다보니 손톱이 더 들렸다. 강남이 형이 눈치채서 바뀌게 됐다. 1년에 한번 정도는 있는 일이다. 하루 쉬면 낫는다.“

'잘 막았다'는 선후배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그래도 계속된 위기. 다음 투수는 베테랑 김상수였다. 최이준은 '상수형 막아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김상수가 2⅓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그 뒤론 구승민 전미르 최준용이 깔끔하게 이어던졌다.

수훈 선수로 뽑힌 최이준은 팬들과의 만남에서 갑자기 현란한 춤을 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최이준은 “창피하다. 평소엔 이런 끼를 숨기려고 노력한다. 오늘 하루 정도는, 우리 팀이 이겼으니까“라며 멋쩍게 웃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주중 스윕에 이어 주말까지 위닝을 달성하며 5승1패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 최이준이 있는 셈. 지난해 데뷔 첫승을 달성했고, 이날 시즌 첫승이자 통산 2승째를 기록했다. 최이준은 “코치님들이 저는 '힘만 빼면 된다'고 하셨다. 오늘은 힘을 쭉 빼고 던졌는데, 그래도 존에 잘 들어가더라. 타자들이 점수를 내준 덕분에 마음 잡고 열심히 던졌다“고 강조했다.

“좋은 분위기는 종종 있었지만, 그러다보면 또다른 산이 있더라. 그 산을 계속 넘다보면 더 좋은 결과,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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