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남자부 FA 시장은 조용했다. 하지만 ‘사인 앤 트레이드’로 인해 주전급 선수들이 이동하면서 남자배구 판도의 변화가 예고된다.

2024년 FA 자격을 얻은 17명 중 이적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B그룹(연봉 1억~2억5000만원 미만)에 속한 2명이었다.

먼저 2023-24시즌 대한항공의 리그 최초 4년 연속 통합우승의 주역이었던 리베로 오은렬이 새 출발에 나섰다. 그가 택한 곳은 현대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미 시즌 도중 진순기 감독대행 체제에서 새 사령탑을 발표했다. 현재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필립 블랑 감독을 선임한 것. 오은렬과 블랑 감독이 손을 잡았다. 오은렬은 연봉 2억7000만원, 옵션 8000만원으로 보수 총액 3억5000만원에 사인을 했다. 오은렬은 이미 자리를 잡은 국가대표 리베로인 1999년생 박경민과 공존하게 된다.

삼성화재의 아웃사이드 히터 신장호도 OK금융그룹으로 떠났다. 신장호는 연봉 1억8000만원, 옵션 2000만원으로 총액 2억원에 이적을 택했다.

올해 FA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선수는 베테랑 세터 한선수다. 1985년생 한선수는 프로 데뷔 이후 4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연봉 7억5000만원, 옵션 3억3000만원으로 총액 10억8000만원에 남았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3년 동안 최대 32억4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원클럽맨’ 한선수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앞으로 대한항공이 통합 4연패를 넘어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OK금융그룹 아웃사이드 히터 차지환(보수총액 3억5000만원), 리베로 부용찬(2억7000만원), 우리카드 아웃사이드 히터 정성규(1억원), 현대캐피탈 세터 김명관(2억원), 미들블로커 차영석(4억원), 한국전력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몬(2억9400만원), 삼성화재 세터 노재욱(4억2000만원)과 미들블로커 손태훈(1억5000만원), 아웃사이드 히터 손현종(9000만원), 미들블로커 전진선(2억4100만원),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김홍정(1억원)과 한국민(2억3000만원), 아웃사이드 히터 홍상혁(1억6000만원)의 잔류로 FA 시장이 마감됐다. 이 가운데 김명관, 정성규, 홍상혁은 국군체육부대(상무)에 합격해 군 복무에 돌입한다.

한편 한국전력 베테랑 세터 김광국은 어느 팀과도 계약을 맺지 못하고 미계약으로 남았다.

FA 시장이 마감된 뒤에도 각 팀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사인 앤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에 나선 것이다.

먼저 삼성화재-한국전력의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삼성화재는 미들블로커 전진선과 2024-25시즌 3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내주고, 한국전력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몬과 2024-25시즌 2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얻었다.

이시몬은 수비 능력이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살림꾼’이다. 군 복무도 마치고 돌아왔다. 삼성화재 역시 이시몬의 수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국전력은 미들블로커 박찬웅의 군입대로 인해 전진선을 영입하면서 그 공백을 지우고자 한다.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도 손을 잡았다. 2023-24시즌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OK금융그룹의 주전 세터 곽명우가 이적한다. OK금융그룹은 곽명우를 내주고 현대캐피탈로부터 미들블로커 차영석과 2024-25시즌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받았다.

현대캐피탈 주전 세터 김명관도 군 복무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당초 현대캐피탈은 2024-25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세터 유망주를 영입할 계획이었다. 1라운드 지명권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사령탑이 바뀐 상황에서 즉시 전력감인 곽명우를 영입했다.

OK금융그룹은 속공 능력이 뛰어난 차영석을 데려와 중앙을 보강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OK금융그룹 지휘봉을 잡고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그의 새로운 구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2명의 외국인 선수도 변수다. 작년 첫 아시아쿼터 도입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쿼터 선발 이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진행된다. ‘한 방’을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과 달리 아시아쿼터에서는 각 팀에 필요한 포지션으로 전력 보강이 가능하다. 아시아쿼터 초청을 받은 명단도 작년보다 화려하다.

더군다나 2024-25시즌에는 ‘뉴페이스’ 사령탑들이 V-리그 무대에 오른다. 블랑 감독을 비롯해 KB손해보험 미겔 리베라 감독, 우리카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우승을 향한 각 팀들의 흥미진진한 퍼즐 맞추기가 시작됐다.

사진_OK금융그룹, 삼성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