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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내 공이 여기서도 먹히는 구나.“

고졸 2년차 신인 선수가 맞나 싶다. 믿기 힘들 정도의 공격적인 투구, 그리고 시원시원한 인터뷰까지. 미래 스타가 될 수 있는 재목이 두산 베어스에 나타났다.

주인공은 최준호다. 북일고 출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유망주. 데뷔 시즌은 1군에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팔꿈치 부상 여파에, 프로 선수가 되는 준비 과정을 거쳤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프로 선발 데뷔전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6삼진 1실점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고구속 151km. 공격적으로 NC 강타자들과 맞서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투구수는 67개에 그쳤다. 첫 선발임을 감안한 코칭스태프의 배려였다. 2회 박건우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것, 승리 요건을 갖추는 것에 도전하지 못한 것 정도가 아쉬움이었지 나머지는 '완벽 그 자체'였다.

결승타를 친 양석환도, 시즌 첫 홈런을 친 라모스도, 9회 무사 만루 위기를 막은 홍건희도 있었지만 이날 최고 스타는 최준호였다.

최준호는 “2군에서 선발 준비를 꾸준히 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상대 타자들을 의식하기보다, 포수 양의지 선배님만 보고 던지려고 노력했다. 양의지 선배님과 함께 경기해보니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다.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셨다“고 밝혔다.

최준호는 자신의 성공적 첫 선발 등판에 대해 “피하기보다, 맞더라도 계속 과감하게 들어간 게 제일 만족스러웠다. 투구수가 많지 않았던 것도 좋았다. 첫 타자(박민우)를 삼진으로 잡으니 '내 공이 여기서도 먹히는구나' 생각을 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홈런을 맞았지만, 어떤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했다“고 했다.

사실 최준호는 지난 17일 생애 처음 1군에 콜업됐고, 그날 삼성 라이온즈전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무너진 대체 선발 김호준 뒤에 갑자기 들어가 당황스러웠을 법 했는데, 그날도 삼성 선배 타자들을 상대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규모가 작은 경기장 환경 탓에 홈런 3개를 맞기는 했지만, 이승엽 감독과 조웅천 투수코치는 데뷔전에서 한가운데만 보고 던지는 최준호의 당돌함에 매료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선발 기회였다.

최준호는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워야 다음이 있는 거다. 더 잘 준비해 첫 승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선발 욕심에 대해서는 “선발로 던지고 싶기는 하다. 기회만 온다면“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두산은 부진한 5선발 김동주를 2군에 내려보낸 상황이라, 이변이 없는 한 최준호에게 또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남은 건 하나다. 승리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렇게 공격적인 피칭을 할 수 있느냐다. 1군 선발 자리에 욕심이 생겨 피해가는 피칭을 하면 이 감독의 기대치가 낮아질 수 있다. 이 감독은 명확히 말했다.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자기 공을 던졌으면 한다“고 메시지를 줬다. 최준호는 “앞으로도 당연히 공격적으로 던진다“고 선언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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