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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밉상이라고? 황성빈에겐 그 한 타석이 정말 절실한 거다. 그게 플레이로 나온다.“

선수 평가에 관한한 누구보다 냉정하다. 특유의 카리스마에 어지간한 선수는 말 붙이기도 힘들다.

하지만 노력하는 선수를 싫어할 사령탑은 없다. '명장'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꾸준히 지켜봤다. 그리고 “기회를 줄때가 됐다“고 했다. 그리고 황성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황성빈은 롯데팬들에겐 안쓰러움과 애정이 뒤섞인 선수였다. 2022년 데뷔 당시부터 1루에서 온몸을 던지는 열정은 누구나 인정했지만, 주전으로 뛰기엔 공수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발은 빠르지만 도루는 실패가 많았다.

타 팀 팬들에겐 '밉상'으로 불렸다. 외모도 눈에 띄고, 한때 했던 금발머리, 누상에서 투수를 자극하는 플레이, 기습번트와 파울을 양산하는 모습까지. “팀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황성빈의 불타오르는 열정은 타팀에겐 거슬림으로 다가왔다. 앞서 KIA 타이거즈 양현종과의 누상 신경전,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와의 피치클락 신경전 등이 대표적이다.

존재감은 크지만 주전이나 스타급은 아닌 선수. 황성빈은 애써 의연한 척 했지만, 많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발만 빠른 선수'라는 시선, 배달기사를 희화화한 별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젠 기분좋게 넘길 수 있게 됐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황성빈은 '마황(마성의 황성빈)'이란 새 별명을 언급하자 “그것말고도 재미있는게 많더라고요. 메이저리거들 이름 따서“라며 웃었다.

그가 출전 기회를 얻은 건 지난 18일부터다. 그리고 KT 위즈와의 3연전에서 대폭발했다. 19일 1차전에선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21일 더블헤더에서 하루 3홈런을 몰아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뒤틀린 비꼼의 시선은 '바이크 트라웃', '오토바이 쇼헤이', '음식 시거' 등의 찬양으로 바뀌었다. 출장 빈도수나 팀내 입지에 비해 황성빈에게 쏠린 관심의 크기를 보여준다.

23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밉상이라고 하지만, 그 한번의 기회가 정말 간절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주전이거나, 작년에 잘했거나. 그중에 우선권을 갖는 선수가 있다. 잘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선수도 있다. 반대로 우선권도 없고, 기회가 그때 뿐인 절실한 선수도 있다. 그래도 (황성빈은)그 뒤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다.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앞으로도 본인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란다. 그럼 주전 잡는 거다.“

황성빈은 “상상도 못했던 순간이었다. SNS에 돌아다니는 내 영상들, 넘기지 않고 다 봤다. 임훈 코치님과 정말 많은 특훈을 했는데, 그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돌아봤다.

하지만 그는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황성빈은 “지나간 경기다. 취하지 않겠다. 이젠 잊어야할 시간이다. 좋은 기운이 오래가길 바랄 뿐“이라며 미소지었다.

또 “동생이 날 많이 걱정했는데, 오랜만에 연락을 남겼더라. '진짜 축하한다'는 말이 고마웠다“면서 “(도루 포함)지난 실패가 모두 배움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팬분들이'충분히 잘하고 있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내게 필요했던 말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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