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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4일 고척스카이돔.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는 더그아웃에 들어선 뒤 이범호 감독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껄껄 웃은 이 감독은 크로우에게 “어제 승리를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말을 전해 들은 크로우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이 감독을 향해 엄지를 세운 뒤 씩 웃으며 그라운드로 향했다.

KBO리그 데뷔 후 6경기를 치른 크로우는 31이닝을 던져 4승1패, 평균자책점 2.61로 순항 중이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비롯해 체인지업에 스위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2021~2022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활약한 게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닝 소화가 아쉽다. 6경기에서 크로우가 6이닝을 채운 건 지난 11일 광주 LG전 한 차례 뿐. 나머지 경기에선 5이닝 안팎의 투구를 펼쳤다. 최근 4경기 연속 비자책 호투 중이지만, 초반부터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는 건 그에게 '이닝 이터' 역할을 바라는 KIA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이제 초반 일정을 보냈다. 투수들은 5월 들어 컨디션이 최고점에 도달한다. 그 때부터는 충분히 이닝 소화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이 보는 크로우는 지금 이상의 투구를 할 수 있는 투수다. 그는 “150㎞ 안팎 직구에 스위퍼, 체인지업까지 모두 좋은 투수다. 이런 투수를 구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크로우가) 아직까지 자기 구위를 못 믿는 것 같다“며 “투수 코치를 통해 '좀 더 공격적으로 가보자'고 주문하는데, 크로우 나름의 피칭 디자인을 갖고 경기를 하는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구위를 믿고 편안하게 던지면 어렵지 않게 6~7이닝을 소화해줄 투수“라고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네일과 크로우라는 강력한 외국인 원투 펀치를 구성한 KIA. 4월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두 투수가 4승을 합작하면서 팀의 선두 질주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이 감독도 선물을 준비하는 눈치. 그는 “네일과 크로우가 '한국의 소고기가 맛있다던데 먹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곧 한 번 같이 먹으로 갈 계획“이라고 껄껄 웃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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