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몬자)가 첫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우진은 지난 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우진은 바로 진천선수촌 근처로 향했고, 3일 대표팀에 소집됐다.

이우진은 고교생 신분으로 이탈리아 리그 스카우터 제의를 받고 이탈리아 남자배구 1부리그 몬자와 손을 잡았다. 리그 규정상 외국인 선수는 성인이어야 하기에 인턴십 계약을 맺고 2023/24시즌을 동행했다. 올해 2월에는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공교롭게도 몬자는 이탈리아 리그, 이탈리아컵, 유럽배구연맹(CEV) 챌린지컵 모두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괄목할만한 성적을 냈다. 특히 이탈리아 리그에서는 2000/01시즌 준우승 이후 두 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23년 만에 파이널 무대에 올랐고, 정규리그 무패를 기록한 페루자를 상대로 잘 싸웠다. 모두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우진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다.

경북체고 졸업 후 대학 진학 혹은 프로팀 지명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우진은 도전을 택했고, 세계 최고의 리그 무대에 올라 함께 훈련을 하고, 눈으로 보고 배웠다.

몬자의 시즌이 종료됐지만 이우진은 쉴 틈이 없다. 새 사령탑인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6명 중 유일한 해외파다.

이우진은 “구단 일정 마지막날 구단주님 집에 다들 모여서 파티를 했다. 이번 시즌에 고마웠고, 여름에 대표팀에 가서 잘하고 오고, 다가오는 시즌에 다시 만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나까지 포함해 14명이 다같이 운동을 했다. 분위기 자체가 서로 열심히 하고, 절대 안 지려고 했다. 또 실수가 나오더라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며 “연습 경기를 할 때 형들의 강한 서브를 받으면서도 성장한 것 같다”며 몬자에서의 첫 시즌을 되돌아봤다.

몬자에는 2006년생의 195cm 아포짓 디에고 프라시오, 2005년생의 184cm 리베로 플라비오 모라치니(이상 이탈리아) 등 이우진과 비슷한 나이의 동료들도 있었다. 이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가 아니기에 가끔 출전 기회를 얻곤 했고, 이우진도 이를 보고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는 “챌린지컵 결승 때 친구 플라비오와 디에고가 뛰는 것을 보고 나도 들어가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몬자에서 한 뼘 더 성장한 이우진은 이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2023년에는 U19 대표팀에 발탁돼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거머쥔 바 있다. 동시에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로도 선정됐다. 이 대회가 이탈리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유스대표팀이 아닌 바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성인 대표팀에도 국내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인다.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남자배구대회 강화 훈련 엔트리 16명에도 아웃사이드 히터는 이우진을 포함해 5명이다. 정지석과 정한용(이상 대한항공), 임성진(한국전력), 김지한(우리카드)이 나란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웃사이드 히터 겸 아포짓으로는 허수봉(현대캐피탈), 차지환(OK금융그룹)이 함께 한다.

이우진은 “처음에 엄마가 대표팀에 뽑혔다고 말해주셔서 알게 됐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뽑혔다길래 ‘진짜인가’ 싶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깐 진짜였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가서 열심히 할 일만 남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대표팀에 가서 현들이 훈련하는 모습, 배구 기술 등도 물어보고 싶다. 형들을 보고 많이 배우도록 하겠다”며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약 6개월 만에 한국에 다시 돌아온 이우진이다. 올해 몬자로 복귀하기 전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이우진은 “소박할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계곡이나 워터파크를 가는 것이 꿈이었다. 드디어 갈 수 있게 됐다”며 19세 청년의 소박한 꿈도 들려줬다.

끝으로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며 2024년 힘찬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_더스파이크DB(이보미 기자), FIV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