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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가 홈 팬들 앞에서 끔찍한 역전패를 당할 뻔 했다.

삼성은 1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7대5로 승리했다.

7-3 넉넉한 리드로 맞은 9회초. 최성훈이 선두 문현빈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최하늘로 교체했다.

1사 후 안타를 허용하자 오승환까지 투입했다. 페라자에게 2루타를 허용해 1사 2,3루. 홈런 위험이 있는 노시환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

안치홍이 2구째 바깥쪽 143㎞ 직구를 결대로 밀었다. 우익선상 2루타성 타구. 자칫 싹쓸이 동점 적시 2루타로 이어질 수 있었던 타구. 하지만 그 자리에는 9회 수비에 앞서 좌익수에서 우익수로 옮긴 김헌곤이 버티고 있었다.

이를 악 물고 전력질주 해 기어이 글러브에 공을 넣었다. 3루주자가 리터치로 홈을 밟았지만 오승환과 삼성 벤치로선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 만에 하나 역전패를 당했다면 시즌 전체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양 팀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회심의 일타가 김헌곤에게 잡히는 순간 안치홍은 크게 탄식하며 아쉬워 했다. 3회 좌익수 자리에서 안타성 타구를 빼앗아간 김헌곤이 이번에는 우익수로 옮겨 2루타성 타구를 원천 봉쇄하니 환장할 노릇.

반면,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오승환도 손을 들어 김헌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팀을 구한 결정적 호수비였다.

수비가 전부가 아니었다.

김헌곤은 2번타자로 나선 타석에서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서 달아나는 점수를 불러들였다.

이성규의 결승 투런홈런으로 3-1을 만든 5회 황준서를 상대로 우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5-2로 앞선 7회 1사 3루에서는 한승혁을 상대로 좌중간 적시타를 날렸다. 이후 류지혁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최근 3경기 연속 안타. 그 3경기에서 5안타 5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어느덧 시즌 타율도 3할3푼7리까지 치솟았다. 홈런 4개에 장타율이 무려 0.530, OPS가 0.919에 달한다.

마치 드라마 주인공 같은 극적인 부활이다. 지난해까지 김헌곤은 삼성 팬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던 선수였다.

2022년 타격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연속 무안타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는 부상 등이 겹치면서 단 6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삼성 박진만 감독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베테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봄 오키나와 캠프 부터 외야 백업 요원으로 김헌곤의 기용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 만큼 노련한 수비력을 갖춘 외야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김헌곤도 사령탑 믿음에 노력으로 부응했다. 약점이던 타격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수에 걸쳐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돌아왔다.

현재의 모습 만으로 미래를 속단할 수는 없다.

현재가 힘든 사람이, 선수가 미래까지 계속 힘들라는 보장은 없다. 극복의지가 있는 한 인간은 위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사나이 김헌곤이 그 평범한 진리를 야구장 안팎에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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