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논현/최창환 기자] “한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외국선수 신분이 유지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라건아 신분에 대해 복수의 팀 관계자들이 밝힌 견해였다.

KBL은 17일 KBL 센터에서 제29기 제7차 이사회를 개최, 라건아의 신분을 비롯해 다양한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KBL은 “라건아와 관련해서는 2024-2025시즌부터 KBL 외국선수 규정을 따르기로 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부산 KCC와의 계약이 만료된 라건아의 신분은 시즌 막판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꼽혔다. 라건아는 2018년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해 대표팀에서도 뛰었지만,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KBL에서는 외국선수로 분류돼 커리어를 쌓아왔다.

특별 귀화 후 2번째 계약이 만료된 라건아의 신분이 국내선수로 전환되는 것이냐는 게 팬들 사이에서 떠오른 화두였다. 이에 대해 A팀 관계자는 “6년 전 논의됐던 것은 맞지만 확정된 건 아니었다. 문서화 되지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B팀 관계자 역시 “KBL은 B.리그처럼 팀별 1명씩 라건아 정도 되는 귀화선수를 영입하는 게 어렵다”라고 말했다.

각 팀 단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사회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찬반으로 갈리지도 않았다. 이견 없이 외국선수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 뜻이 모였다. 리그의 안정성, 이익 등을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라는 게 KBL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역시 KBL에 라건아의 국가대표 계약 연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라건아의 연봉은 50만 달러 후반대였다. KCC는 여기에 승리 수당, 플레이오프 진출 수당 등을 부가적으로 지급했다. 뿐만 아니라 세금도 납부했다. KCC 관계자는 “세금까지 포함하면 라건아에게 최근 3시즌 동안 평균 13~14억 원을 썼다”라고 말했다.

KCC로선 FA 협상을 통해 영입한 국내선수들뿐만 아니라 라건아에게도 큰 투자를 해왔던 셈이다. KCC는 계약 마지막 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고, 라건아와 말 그대로 ‘굿바이’를 했다.

외국선수 신분인 만큼, 이제는 라건아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전히 1옵션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팀이 있다면 거액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연봉에 대한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KBL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 참고로 자밀 워니(SK)의 지난 시즌 연봉은 55만 4310달러(세후 기준)였다.

C팀 관계자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이다. 라건아 입장에서 한국 국적을 취득했는데 왜 국내선수가 될 수 없냐고 할 수 있지만, 기량 자체는 여전히 외국선수다. 특정 팀만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순 없지 않나. KCC나 SK는 샐러리캡 때문에 데려갈 수 없을 텐데 영입하는 팀은 우승 후보 1순위다. 특정 팀만 가능한 제도는 불합리한 제도다. 안타깝긴 하지만 외국선수 신분이 유지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라건아는 2023-2024시즌 정규리그서 53경기 평균 15.6점 8.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5경기 평균 26분 48초 동안 20.2점 11리바운드 1.4블록슛으로 활약했지만, 전성기를 지난 나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창진 감독 또한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동안 라건아에 대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 동기 부여가 됐을 것”이라는 견해를 남긴 바 있다. 2012-2013시즌에 데뷔한 후 줄곧 KBL에서만 활약했던 라건아는 다음 시즌도 KBL에서 뛸 수 있을까. 라건아가 결정을 내릴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