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잡은 우승의 용사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최대 이변은 디펜딩 챔피언 덴버 너게츠의 연패다.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에서 르브론 제임스, 앤서니 데이비스의 LA 레이커스를 4-1로 제압할 때까지만 해도 리핏 전선에 큰 이상은 없어보였다. 시리즈를 압도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접전양상을 띄기는 했다.

하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힘의 우위를 보이며 만만치않은 강호를 꺾었다는 점에서 역시 덴버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2라운드에서 맞붙은 미네소타 팀버울브즈는 팀전력, 상성 등에서 레이커스에 비해 한참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버의 우세를 점친 이들이 더 많았다.

올시즌 포함 최근 4년간 3번의 정규리그 MVP를 받은 리그 최고의 선수 니콜라 요키치(29‧211cm)가 버티고있는 이유가 컸다. 거기에 더해 자말 머레이(27‧193cm), 애런 고든(29‧203cm), 마이클 포터 주니어(26‧208cm) 등은 리그 상위권 스타급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지난시즌 파이널 우승을 합작했던 멤버들이다.

정상을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기에서는 충분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반면 미네소타는 전력은 강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아직 뚜렷한 커리어는 남긴바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덴버 홈에서 있었던 두경기를 원정팀 미네소타가 모두 잡아버렸다. 모두를 놀라게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접전을 펼친 1차전은 그렇다치더라도 2차전에서는 졸전 끝에 대패를 당하며 빨간 불이 켜지고 말았다. 요키치는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선수이자 센터다. 요키치가 골밑을 지배하며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고 그로인해 생긴 빈틈에 질높은 패스가 연이어 들어간다. 그렇다고 요키치만 신경쓸 수는 없다.

풍부한 활동량을 앞세운 동적인 플레이로 정적인 농구도사 요키치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고든에 더해 외곽에서는 포터 주니어의 슛이 불을 뿜는다. 무엇보다 기복은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유독 강해지는 큰 경기 전문 에이스 머레이가 내외곽을 휘저으며 경기를 지배한다. 지난 시즌 우승을 이끈 덴버의 필승공식이다.

미네소타를 상대로는 통하지 않았다. ‘올해의 수비수’ 루디 고베어(32·216cm)와 슈팅력이 좋은 칼-앤서니 타운스(28‧211cm)의 '트윈타워'는 공수양면에서 요키치를 괴롭혔다. 아무리 요키치가 뛰어난 센터라고해도 둘의 합공을 쉽지않았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요키치의 활약이 평소보다 줄자 덴버의 시스템은 파워게이지가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위기의 순간마다 요키치의 부담을 덜어줬던 머레이 또한 경기력이 예전같지 않았다. 반면 미네소타는 트윈타워 외 여러 선수들이 수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며 에너지레벨을 통해 덴버를 압박했다. 주포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는 앞선 1차전에서 43득점을 폭발시키는 등 안정적인 득점력으로 늑대군단의 화력을 이끌었다.

직전 2경기에서만 18개의 블록샷을 허용하는 등 덴버는 미네소타의 높이와 활동량에 시종일관 고전했다. 특히 2차전에서는 고베어가 빠졌음에도 ‘올시즌 식스맨상’ 수상자 나즈 리드(25·206cm)의 단단한 수비에 고전했다. 2차전에서 18개의 슈팅을 시도해 3개만을 성공시킨 머레이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경기 도중 코트 위로 핫팩을 던지며 벌금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임자를 제대로 만난 덴버가 의외로 쉽게 시리즈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악문 덴버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 센터서 있었던 3차전 원정 경기에서 117-90으로 대승을 거두며 아직 승부는 끝나지않았음을 알렸다.

여전히 시리즈 전적 1-2로 밀리고있지만 4차전까지 잡아내서 동률을 이룰 수만 있어도 분위기는 덴버 쪽으로 넘어올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3차전에서 요키치는 24득점, 14리바운드, 9어시스트, 3스틸, 3블록슛의 맹활약으로 반격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흐름을 바꾸기위해서라도 자신이 나서야 된다는 것을 인지했던 것일까.

이날 요키치는 공격에서 평소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3점슛 라인에서부터 마크맨을 밀고 들어간 후 더블팀을 뚫고 레이업슛을 성공시키는가 하면 속공시 드리블을 치며 직접 해결하는 장면도 여러차례 보였다. 스핀무브 후 훅슛으로 트윈타워를 무력화시키는 장면 등에서 이날 요키치가 얼마나 비장한 심정으로 경기에 나섰는지를 새삼 짐작케했다.

원활한 골밑 공략이 되자 수비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고 이를 노려 3점슛, 미드레인지도 연신 림을 갈랐다. 패스의 질도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동료들을 살려주는 영리하고 묵직한 스크린플레이도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2옵션 머레이도 24득점, 5어시스트로 살아났다. 빠른 발을 활용한 전광석화같은 돌파를 연이어 성공시킨 것을 비롯 속공시에도 상대의 높이를 두려워하지않고 장대숲 사이에서 과감하게 득점을 올렸다.

미드레인지 점퍼와 3점슛까지,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미네소타 수비진을 유린했다. 강팀간 연전에서는 무엇보다도 기세 싸움이 중요하다. 3차전을 이기며 극적으로 회생한 덴버는 4차전까지 잡아내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반면 미네소타가 1패 후 다시 승리를 가져가며 3승을 선점하게 된다면 승패의 무게추는 크게 기울 것이 분명하다. 승부의 분수령이 될 양팀의 4차전에 뜨거운 시선이 몰리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