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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저를 위해 기도도 많이 해주셨는데….“

두산 베어스는 18일 '부고'를 전했다. 포수 김기연(27)의 조모상. 경기 약 1시간 30분 전에 전해진 소식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LG 트윈스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김기연은 '복덩이'로 거듭났다. 23경기에서 타율 3할2푼3리를 기록하는 등 공격과 수비 모두 만점 활약을 펼쳤다.

시즌을 앞두고 이승엽 두산 감독은 포수 양의지의 백업 자원을 두고 고민을 내비쳤다. 김기연은 양의지 백업을 넘어서 '주전급 포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날 역시 김기연은 7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조모상이 전해졌지만, 라인업 변경은 없었다. 김기연은 9이닝 모두 포수 마스크를 쓰고 투수와 호흡을 맞추며 팀의 8대3 승리를 이끌었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와서는 안타를 쳤고, 5회말에는 롯데 투수 구승민을 상대로 시즌 두 번째 홈런을 날렸다.

김기연의 알토란 활약에 두산은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사령탑 100승을 품었다.

그라운드에서 이 감독의 100승 기념 축하 행사가 끝난 뒤 김기연은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승리에도 무거운 마음에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장례식장은 전라남도 무안. '경조 휴가'를 쓸 수 있지만, 김기연은 19일 잠실 롯데전까지 모두 소화하기로 했다.

김기연은 “할머니께서 나를 위해 기도도 많이 해주시고 예뻐해 주셨다“라며 “오늘 안타와 홈런 모두 할머니께서 주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자리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을 컸다. 그러나 가족들은 프로 9년 차에 1군 주전 선수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김기연의 한 경기를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17일에 돌아가셨는데 아무래도 경기가 있어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 가족들 모두 이해해주고 응원해주셨다. '경기 잘하고 와라'라는 말을 해주셨다“라며 “19일 경기를 마치고 발인에는 갈 수 있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라운드에서의 활약을 다짐했다. 김기연은 “하늘에서 지켜봐주고 저를 응원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오늘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거 같다. 할머니께서 안겨주신 게 아닌가 싶다“라며 “할머니께서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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