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기록상으론 안익훈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라기 보다는 박해민의 끝내기 홈 태그업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너무 얕은 외야 플라이. 평소라면 중견수가 아니라 유격수가 잡아도 될 것 같은 타구에 3루주자가 홈으로 뛰었고 끝내기 득점을 했다.

LG 트윈스가 롯데 자이언츠에 8연패를 안기는 순간.

LG가 17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서 6대5로 승리했다. 5-3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유영찬이 아쉽게 2점을 내줘 5-5 동점이 됐지만 LG도 상대 마무리 김원중의 난조를 틈타 무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를 얻었고, 안익훈의 얕은 중견수 플라이 때 3루주자 박해민이 홈을 파고들어 끝내기 득점을 했다.

박해민은 올시즌 개막전 톱타자로 출전했어다. 염경엽 감독의 구상에서 발빠른 박해민이 톱타자 역할을 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아 홍창기와 자리를 바꿔 2번으로 내려갔다가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부터는 8번으로 내려왔다.

전날까지 타율 2할4푼7리. 타율이 높지 않지만 염 감독은 박해민을 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유는 수비. 염 감독은 “박해민이 맡아주는 중견수 수비에서의 역할이 크다“라고 했다.

그런 그가 이날은 2회말 귀중한 타점을 올리는 희생 플라이에 9회말엔 끝내기의 시작점인 중전안타를 쳤다.

끝내기 상황을 보자. 9회말 무사 만루서 초구 볼에 이어 안익훈이 롯데 마무리 김원중의 2구째 132㎞의 바깥쪽 포크볼을 쳤는데 높이 떴고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평소라면 유격수가 잡을 수 있는 타구지만 내야수가 전진수비를 한 탓에 중견수 김민석이 앞으로 달려와서 잡아야 했다. 평소 같으면 너무 얕아서 절대로 3루주자가 홈으로 대시하기 힘든 상황.

그러나 3루주자는 우리나라에서 중견수 수비를 잘하기로 손꼽히는 박해민이었다. 타구를 보고 뛰어오는 김민석을 본 박해민은 결심을 했고, 3루를 밟고 있다가 김민석이 공을 잡는 순간 바로 홈으로 달렸다. 글러브를 아래로 간신히 잡은 김민석은 홈으로 다이렉트 송구를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유격수에게 공을 연결했고, 유격수 박승욱이 빠르게 홈으로 뿌렸으나 박해민의 슬라이딩이 더 빨랐다.

경기후 만난 박해민은 “굉장히 짧은 거리이긴 했다. 하지만 뛰어오면서 자세가 불안정해서 충분히 승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승부를 걸었다“라고 말했다. 박해민은 “처음엔 안타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말한 뒤 “뛰어 들어오는 자세가 워낙 불안정해서 나도 외야수를 한 경험에서 볼 때 그런 자세에서 정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아서 승부를 걸었다“라고 했다. 수비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과 빠른 발이 만든 보기 드문 명장면이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