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조규성이 이적 첫 시즌부터 득점왕과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정조준했다.

미트윌란은 1일(한국시각) 덴마크 미트윌란의 MCH 아레나에서 열린 덴마크 수페르리가 23라운드에서 노르셸란에 2대3으로 패배했다. 이번 패배로 미트윌란은 1위 자리 탈환에 실패한 채로 2위에 머물렀다.

미트윌란은 전반기 막판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주면서 전반기를 리그 1위로 마무리했다. 덴마크 리그는 12팀으로 운영되는데 22라운드까지 치른 뒤에 K리그1처럼 1~6위와 7~12위를 나눈다. 상위권 팀이 포함된 그룹은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라고 부르고, 하위권 팀이 포함된 곳은 강등 그룹이라고 불린다. 리그가 2개로 쪼개진 후 10경기를 더 치러서 순위를 종합해 우승과 강등을 결정한다.

리그 1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던 미트윌란은 당연히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소속이다. 현재 덴마크 리그는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브뢴비 IF, 미트윌란, 코펜하겐의 3파전 양상이다.

미트윌란은 22라운드 기준으로는 1위였지만 이번 라운드에서 패배하면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리그 4위인 노르셸란을 상대로 미트윌란은 수비 집중력에서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첫 실점부터 수비수들이 노르셸란 공격수를 놓쳐버렸다. 전반 22분 스벤손이 미트윌란의 골망을 흔들었다.

반격이 절실했던 미트윌란이지만 답답한 공격 전개가 계속됐다. 조규성을 이용하려는 공격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전은 노르셸란이 웃었다. 후반 들어서 미트윌란 수비진이 자멸하기 시작했다.

후반 7분 후방에서 어처구니 없는 패스미스가 나왔고, 노르셸란이 단번에 득점 기회를 잡았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은 안트만이 추가 득점을 기록하면서 미트윌란은 더욱 경기가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2분 뒤에 또 수비가 무너지면서 잉바르트센에게 쐐기골까지 허용하고 말았다.0대3이 되면서 미트윌란은 주저앉을 것처럼 보였지만 우승 경쟁 중인 팀답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조규성의 높이가 만회골에 기여했다. 후반 22분 미트윌란은 롱 스로인을 시도했다. 이때 높이가 좋은 조규성을 향해 노르셸란 수비가 집중됐다. 조규성 집중 수비에도 공이 뒤로 흐르면서 혼전 상황이 연출됐고, 찰스가 득점 기회를 잘 살려 마무리했다.

미트윌란은 점점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고, 조규성이 위기 속에서 빛났다. 후반 36분 노르셸란의 빌드업이 불안했고, 미트윌란이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했다. 조규성한테 볼이 향했고, 조규성은 직접 공을 몰고 전진했다.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수비수가 견제하고 있는데도, 조규성은 과감하게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어버리는 완벽한 슈팅이었다.

조규성은 팀의 상황이 더욱 중요하기에 골 세리머니도 하지 않고, 곧바로 미트윌란 진영으로 뛰어갔다. 조규성의 득점이 터진 후 미트윌란은 막판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조규성은 후반 막판 결정적인 헤더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아쉽게도 미트윌란은 극장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아쉬운 결과지만 조규성한테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전북 현대에서 미트윌란으로 과감하게 이적한 조규성은 시즌 초반부터 날아다니면서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리그 9라운드까지 5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펄펄 날았다. 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도 여러 차례 오르면서 성공적으로 덴마크 리그에 안착했다. 조규성을 데려오기 위해 극진한 노력을 했던 미트윌란의 열정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다만 이후 득점력에는 기복이 있었다. 전반기 막판에는 리그 8경기에서 3골밖에 넣지 못했다. 그래도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오랜만에 유럽 진출 이후 첫 멀티골을 신고하면서 후반기의 가능성을 봤다.

이후 조규성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준비했다. 황의조가 사생활 문제로 국가대표팀에 뽑힐 수 없는 상황에서 조규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조규성은 아시안컵에서 자신의 장점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 모를 전술 속에 조규성은 활발하게만 뛰어다녔을 뿐,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의 전체적인 부진 속, 조규성이 골 결정력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수위를 넘어서는 비난도 속출했다. 조규성은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국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는 득점을 터트리긴 했지만 대회 전체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후 덴마크로 돌아갔다.

미트윌란으로 돌아가서도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었다. 페널티킥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선수가 우승 경쟁 중인 브뢴비와 코펜하겐을 상대로 실축까지 범했다. 자신감을 확실하게 찾을 만한 모멘텀이 조규성한테 필요했다.

조규성은 지난 3월 A매치 태국전에서 득점과 가까운 상황을 연출하면서 조금 자신감을 되찾은 후 이번 노르셸란전 득점으로 확실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소속팀에서는 약 4개월 만에 터진 필드골이었고, A매치를 포함하면 2개월 만에 맛본 소중한 필드골이었다.조규성은 이번 득점으로 덴마크 리그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알렉산더 린드(실케보르), 니콜라이 밸리스(브뢴비)가 10골로 조규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이다. 시즌 후반기에 조규성이 필드골을 얼마나 넣을 수 있는지에 따라서 득점왕 달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규성이 덴마크 리그에서 이적 첫 시즌부터 득점왕을 해낼 수 있으면 손흥민 이후 처음으로 한국은 유럽 리그 득점왕을 배출하게 된다. 조규성이 시즌 막바지에 어떤 활약을 보여주는지에 따라서 미트윌란의 리그 우승 경쟁에도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미트윌란은 2019~2020시즌 이후 오랜만에 리그 우승을 조준한다.